KIC 글로벌 기자단 소식
처방전 한 장에 담긴 국가의 철학
- 박춘태
- 42
- 01-12
뉴질랜드지회 박춘태 기자
국가의 복지 철학은 거창한 선언보다 일상의 아주 작은 제도에서 더욱 선명하게 그 본모습을 드러내곤 한다. 아픈 몸을 이끌고 약국을 찾았을 때 환자가 지불해야 하는 금액이 얼마인지, 그리고 그 비용을 국가와 개인 중 누가 더 큰 비중으로 책임지는지의 문제는 단순히 경제적 수치를 넘어 국가가 국민의 생명권을 어느 정도의 무게로 인식하는지를 보여주는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
최근 뉴질랜드 정부가 처방약 본인부담금 정책을 수정하며 보여준 행보는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복지의 방향성에 대해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뉴질랜드는 최근 12개월 장기 처방전 제도를 정비하며 환자가 약을 처음 수령할 때 단 한 번만 5달러를 부담하도록 결정했다.
초기 논의 과정에서는 3개월마다 약을 받을 때마다 비용을 부과하여 최대 20달러까지 부담하게 하자는 목소리도 있었으나, 정부는 결국 이를 철회했다. 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실질적으로 덜어주겠다는 정책의 본래 취지가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 재정적 효율성보다 앞선 것이다.
국가가 재정적 부담을 더 안더라도 국민이 약값 때문에 치료를 망설이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확고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이러한 결정의 이면에는 한 해 동안 약 19만 명이 넘는 성인이 비용 문제로 인해 처방약을 수령하지 못했다는 통계적 수치가 자리 잡고 있다. 뉴질랜드 정부는 이를 개인의 경제적 무능력이나 선택의 문제로 치부하지 않고,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국민이 제도의 빈틈으로 인해 소외된 '제도의 실패'로 규정했다.
약값이 치료를 가로막는 장벽이 된다면 그 장벽을 낮추는 것이야말로 국가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라는 인식이 정책의 근간이 된 셈이다.
한국의 상황을 돌아보면 그 차이는 더욱 뚜렷하게 다가온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우수한 건강보험 체계를 갖추고 있지만, 외래 처방 시 발생하는 약값과 진료비의 일정 부분은 여전히 개인이 감당해야 한다. 특히 장기적인 투약이 필요한 만성질환자나 소득이 불안정한 고령층에게 매번 반복되는 소액의 본인부담금은 결코 가볍지 않은 삶의 무게로 쌓인다. 제도적 보장의 틀은 존재하지만, 가장 취약한 계층이 일상에서 느끼는 심리적·경제적 문턱은 여전히 높다.
해외에서 각국의 의료 현장을 직접 경험하며 살아가는 한인 동포들의 시각에서 볼 때, 이러한 제도의 차이는 국가가 국민을 대하는 온도의 차이로 느껴진다. 같은 한민족이라 할지라도 어느 나라의 제도 아래 있느냐에 따라 건강을 지키는 권리의 범위가 달라진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뉴질랜드의 선택은 우리에게 의료비 부담을 어디까지 개인의 영역으로 남겨둘 것인가, 그리고 국가는 가장 약한 사람의 삶을 보호하기 위해 어디까지 개입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를 묻고 있다.
물론 국가마다 경제 규모와 인구 구조, 건강보험의 재정 상태가 다르기에 특정 국가의 제도를 그대로 옮겨올 수는 없다. 그러나 정책에 담긴 철학만큼은 우리가 공유하고 논의할 가치가 충분하다. 효율성보다는 연대를, 비용의 절감보다는 의료의 보편적 접근성을 우선순위에 두는 철학은 우리 사회가 더 성숙한 공동체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지점이다.
결국 처방전 한 장은 단순한 종이 조각이 아니라, 국가가 국민을 바라보는 시선이 투영된 거울이다. 이제 우리는 고국과 전 세계 한인 공동체의 미래를 위해 더 나은 선택을 고민해야 한다. 치료비 앞에서 주저하는 이웃이 없는 사회, 가장 약한 사람의 눈높이에서 설계된 복지 제도를 향한 고민은 전 세계 한민족이 서로의 경험과 지혜를 나누며 함께 풀어가야 할 공통의 숙제다. 이러한 성찰과 연대의 과정이야말로 우리가 더 건강하고 품격 있는 공동체로 거듭나는 진정한 시작점이 될 것이다.
국가의 복지 철학은 거창한 선언보다 일상의 아주 작은 제도에서 더욱 선명하게 그 본모습을 드러내곤 한다. 아픈 몸을 이끌고 약국을 찾았을 때 환자가 지불해야 하는 금액이 얼마인지, 그리고 그 비용을 국가와 개인 중 누가 더 큰 비중으로 책임지는지의 문제는 단순히 경제적 수치를 넘어 국가가 국민의 생명권을 어느 정도의 무게로 인식하는지를 보여주는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
최근 뉴질랜드 정부가 처방약 본인부담금 정책을 수정하며 보여준 행보는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복지의 방향성에 대해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뉴질랜드는 최근 12개월 장기 처방전 제도를 정비하며 환자가 약을 처음 수령할 때 단 한 번만 5달러를 부담하도록 결정했다.
초기 논의 과정에서는 3개월마다 약을 받을 때마다 비용을 부과하여 최대 20달러까지 부담하게 하자는 목소리도 있었으나, 정부는 결국 이를 철회했다. 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실질적으로 덜어주겠다는 정책의 본래 취지가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 재정적 효율성보다 앞선 것이다.
국가가 재정적 부담을 더 안더라도 국민이 약값 때문에 치료를 망설이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확고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이러한 결정의 이면에는 한 해 동안 약 19만 명이 넘는 성인이 비용 문제로 인해 처방약을 수령하지 못했다는 통계적 수치가 자리 잡고 있다. 뉴질랜드 정부는 이를 개인의 경제적 무능력이나 선택의 문제로 치부하지 않고,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국민이 제도의 빈틈으로 인해 소외된 '제도의 실패'로 규정했다.
약값이 치료를 가로막는 장벽이 된다면 그 장벽을 낮추는 것이야말로 국가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라는 인식이 정책의 근간이 된 셈이다.
한국의 상황을 돌아보면 그 차이는 더욱 뚜렷하게 다가온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우수한 건강보험 체계를 갖추고 있지만, 외래 처방 시 발생하는 약값과 진료비의 일정 부분은 여전히 개인이 감당해야 한다. 특히 장기적인 투약이 필요한 만성질환자나 소득이 불안정한 고령층에게 매번 반복되는 소액의 본인부담금은 결코 가볍지 않은 삶의 무게로 쌓인다. 제도적 보장의 틀은 존재하지만, 가장 취약한 계층이 일상에서 느끼는 심리적·경제적 문턱은 여전히 높다.
해외에서 각국의 의료 현장을 직접 경험하며 살아가는 한인 동포들의 시각에서 볼 때, 이러한 제도의 차이는 국가가 국민을 대하는 온도의 차이로 느껴진다. 같은 한민족이라 할지라도 어느 나라의 제도 아래 있느냐에 따라 건강을 지키는 권리의 범위가 달라진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뉴질랜드의 선택은 우리에게 의료비 부담을 어디까지 개인의 영역으로 남겨둘 것인가, 그리고 국가는 가장 약한 사람의 삶을 보호하기 위해 어디까지 개입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를 묻고 있다.
물론 국가마다 경제 규모와 인구 구조, 건강보험의 재정 상태가 다르기에 특정 국가의 제도를 그대로 옮겨올 수는 없다. 그러나 정책에 담긴 철학만큼은 우리가 공유하고 논의할 가치가 충분하다. 효율성보다는 연대를, 비용의 절감보다는 의료의 보편적 접근성을 우선순위에 두는 철학은 우리 사회가 더 성숙한 공동체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지점이다.
결국 처방전 한 장은 단순한 종이 조각이 아니라, 국가가 국민을 바라보는 시선이 투영된 거울이다. 이제 우리는 고국과 전 세계 한인 공동체의 미래를 위해 더 나은 선택을 고민해야 한다. 치료비 앞에서 주저하는 이웃이 없는 사회, 가장 약한 사람의 눈높이에서 설계된 복지 제도를 향한 고민은 전 세계 한민족이 서로의 경험과 지혜를 나누며 함께 풀어가야 할 공통의 숙제다. 이러한 성찰과 연대의 과정이야말로 우리가 더 건강하고 품격 있는 공동체로 거듭나는 진정한 시작점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