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C 글로벌 기자단 소식
광복 80주년, 역사의 뒷면을 바라보며
- 박선옥
- 36
- 08-26
2025. 8월15일 광복 8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광복절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세대 별로 극명한 차이점을 보이는 것이 다소 씁쓸하기만 하다. 지금부터 약 40년 전 경남 고성 남산에서 초. 중. 고 광복절 기념 백일장 대회가 열렸고, 그때 ‘엄마의 숫자 세기’라는 제목으로 필자는 초등학교 부분 차상을 받은 기억이 광복절과 겹쳐 떠오르곤 한다. 친정 어머니는 일제시대에 소학교를 다녔고, 거기서는 창씨개명에 이어 한국어를 사용하지 못하게 했고, 자연스레 배인 일본어가 숫자를 셀 때마다 하나, 둘, 셋이라고 세는 것보다는 “이치, 니, 산” 일본어로 말하는 것이 더 빨랐고, 그것이 의아해서 물어보았고, 민족의 아픈 역사를 듣게 되었다. 그런 내용으로 나라를 잃은 슬픔에 대해 글을 쓴 기억이 난다.
광복의 기쁨도 잠시, 민족상잔의 비극을 겪은 우리나라는 부존자원이 없지만 높은 교육열과 정신력으로 ‘한강의 기적’을 일으켰고, 이제 명실공히 선진국 대열에 입성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번영과 평화의 뿌리를 잊은 채 살아가는 이들이 많고, 특히 젊은 세대들이 더욱더 심한 양상이다.
(출처: 경기도 추억 명소 파주 한국 근현대사 박물관 출처: ⓒ 경기도블로그)
이런 안타까움을 품고 있다가 얼마 전 3세대가 함께 경기도 파주 헤이리 예술 마을에 있는 “한국근현대사 박물관”을 관람하러 간 적이 있었다. ‘백문이불여일견’ 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4개월, 20대 후반 두 딸과 사위와 함께 대한민국의 오늘이 있기까지의 발자취를 따라가면서 MZ세대들이 모르고 있었던, 또 궁금했던, 교과서에 다 수록되지 않았던 역사 공부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출처: 경기도 추억 명소 파주 한국 근현대사 박물관 출처: ⓒ 경기도블로그)
특히 시선을 끈 것이 일제 강점기에서 해방, 한국전쟁의 상흔 등을 보면서 숙연해졌다. 반공 안보 교육, 근검 절약, 새마을 운동 등등 개인이 아닌 국가와 민족을 생각하고 살아왔던 기성세대들의 노력을 목격하며, 앞선 세대의 피와 눈물, 땀방울로 일궈진 대한민국을 다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그러나 해방이 되었지만 이국에서 고통하는 조선족에 대해서도 일깨워주었다. 일본의 동포들이 식민지 시대 강제 노역을 위해 끌려가 희생된 것 처럼, 중국의 교포는 일제의 압제를 피하여 이주하고 또한 독립운동을 위해 음으로 양으로 힘쓴 사람들이다. 또한 그들은 50개가 넘는 민족들의 집합체로 구성된 중국사회의 소수민족에 불과하다. 한중 수교 이후 한국은 조선족을 대거 받아들였지만, 여전히 그들을 ‘외국인 노동자’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한국과 조선족의 교류는 기본적으로 혈연적인 유대 관계에서부터 출발했지만 ‘동포애’는 미사여구일뿐이고 양측의 교류가 긍정적으로 지속될 수 있는 본질에는 서로 다가서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모리화 시니어 아카데미’에서 40여 명의 중국 동포 어르신들을 모시고 ‘중국 동포를 위한 여름 진행했다. 폭염과 집중 호우가 동반하는 가운데 서울 서남권 거주 중국 동포 어르신들에게 건강한 노년과 참된 마음의 평안을 가질 수 있도록 캠프를 기획했다.
첫째 날에는 수압 마사지로 혈액 순환을 촉진하는 수(水)치유 체험을 하고, 예천 오케스트라의 ‘향상 음악회’에 중국 동포 캠프 참석자들이 초청을 받아 축하 댄스공연을 했다. 저녁에는 즐거운 레크레이션 후, 박승환 대표이사의 강연을 들었다. 박 이사는 마음의 세계를 어르신들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하며 가장 복된 노년을 보내기 위한 ‘웰다잉(well dying, 아름다운 삶과 마무리)’에 대한 강연으로 참석자 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둘째 날에는 복잡한 도심을 떠나 심신 안정을 할 수 있는 숲 산책과 해먹 체험을 하며 풀벌레 소리와 새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시간을 가졌으며, 귀갓길에는 제천 옥순봉 출렁 다리를 방문했다.
오종명 참가자는 “늘 죽음을 생각할 때마다 막막하고 뭔가 찜찜한 마음이 들었는데 아름다운 삶과 마무리에 대해 들으며 마음에 큰 쉼이 왔다”며 “앞으로도 함께하며 더 많은 지혜를 얻고 싶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정수봉 참가자도 “수(水)치유, 해먹 체험, 출렁 다리 등 여름 캠프 내내 많이 웃고 즐거웠다”라며 “강연이 마음에 많이 와 닿았고, 많은 사람들이 이런 강연을 들었으면 좋겠다. 다음에 또 오고 싶고 캠프를 진행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고 했다.
광복 80주년을 즈음해서 민간단체에서 역사의 뒤편에서 소외된 동포들을 위한 행사를 진행하는 것이 뜻 깊고,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들과 MZ세대들이 올곧은 역사 의식을 가질 때 대한민국의 미래가 밝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해 본다.
KIC 글로벌 기자(경기지회) 박선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