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C 글로벌 기자단 소식
‘함께 짓는 집’으로서의 치유: 뉴질랜드 ‘테 아마’가 한국 사회에 던지는 질문
- 박춘태
- 205
- 05-05
뉴질랜드지회 박춘태 기자
최근 뉴질랜드 남섬의 오마루(Oamaru)에서 발행된 지역 신문에는 '정신 건강 서비스 출범(Mental health service launched)'이라는 소식이 실렸다. '테 아마(Te Ama)'라고 명명된 이 서비스는 단순히 새로운 상담 창구가 열렸음을 의미하지 않는다. 2021년 실태 조사에서 드러난 지역 내 서비스 공백을 메우기 위해 지역 사회와 보건 당국이 머리를 맞대어 일구어낸 공동체의 결실이기 때문이다.
흔들리는 배를 잡아주는 부표, ‘테 아마’의 철학
가장 먼저 주목할 점은 서비스의 이름인 '테 아마'에 담긴 철학이다. 마오리 전통 카누 옆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부표를 뜻하는 이 이름처럼, 뉴질랜드는 정신적 위기를 '누구나 항해 중에 겪을 수 있는 흔들림'으로 규정한다.
반면 한국 사회에서 정신 건강은 여전히 병원이라는 폐쇄적 공간에 의존하는 '수리'의 영역에 가깝다. 뉴질랜드가 삶의 균형을 되찾아주는 조력자로서 공동체의 역할을 강조한다면, 한국은 증상 완화와 사회적 격리에 무게를 두는 경향이 강하다.
‘네비게이터’: 삶의 맥락을 짚는 동반자
'네비게이터(Navigator)'라는 역할은 한국 시스템이 놓치고 있는 핵심을 짚어준다. 이들은 환자가 복잡한 복지 체계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곁을 지키고, 그들의 문화적 배경과 가족 상황을 고려해 함께 걷는다. '한 사람을 치유하기 위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명제를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이 모델은 뉴질랜드 내 한인 동포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언어 장벽과 문화적 차이로 고립되기 쉬운 이민 1세대나 유학생들에게, 현지 시스템과 심리적 안전망을 잇는 '한인 전담 네비게이터'의 존재는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동포 사회 내부적으로 이러한 '민간 네비게이터' 역량을 강화하는 것은 현지 적응을 넘어 건강한 공동체를 유지하는 핵심 동력이 된다.
한국 사회를 향한 정책적 제언: ‘K-테 아마’를 위하여
뉴질랜드의 접근법은 건강을 영성, 정신, 가족, 신체라는 네 기둥이 조화를 이루는 '집'으로 보는 마오리의 '테 화레 타파 화(Te Whare Tapa Whā)' 정신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를 한국적 맥락에서 실현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정책적 전환을 제언한다.
첫째, '지역사회 통합돌봄(Community Care)' 내 네비게이터 제도 도입이다. 현재 한국의 행정 중심 구조를 환자 중심의 맞춤형 가이드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단순히 약 처방을 확인하는 수준을 넘어, 환자의 주거, 고용, 가족 관계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한국형 네비게이터 양성이 시급하다.
둘째, 정신 건강 서비스의 '탈중심화'와 '일상화'다. 거대 병원 중심의 인프라를 동네 단위의 소규모 커뮤니티 센터로 분산시켜야 한다. 오마루의 사례처럼 지역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여 설계한 서비스는 낙인 효과를 줄이고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오마루의 작은 서비스 출범은 우리에게 명확한 메시지를 던진다. 정신 건강 서비스는 단순히 병상 수를 늘리는 작업이 아니라, 시민들이 고통 속에서도 고립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공동체의 인프라가 되어야 한다.
한국 사회도 환자를 '치료 대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인생이라는 거친 바다에서 잠시 중심을 잃은 '항해사'로 대우해야 한다. 700여 만 재외동포들이 각국에서 목격한 이러한 선진적 모델들이 모국 사회의 정책에 반영될 때, 비로소 우리 사회에는 거친 파도를 견디게 할 든든한 '테 아마'가 마련될 것이다.
최근 뉴질랜드 남섬의 오마루(Oamaru)에서 발행된 지역 신문에는 '정신 건강 서비스 출범(Mental health service launched)'이라는 소식이 실렸다. '테 아마(Te Ama)'라고 명명된 이 서비스는 단순히 새로운 상담 창구가 열렸음을 의미하지 않는다. 2021년 실태 조사에서 드러난 지역 내 서비스 공백을 메우기 위해 지역 사회와 보건 당국이 머리를 맞대어 일구어낸 공동체의 결실이기 때문이다.
흔들리는 배를 잡아주는 부표, ‘테 아마’의 철학
가장 먼저 주목할 점은 서비스의 이름인 '테 아마'에 담긴 철학이다. 마오리 전통 카누 옆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부표를 뜻하는 이 이름처럼, 뉴질랜드는 정신적 위기를 '누구나 항해 중에 겪을 수 있는 흔들림'으로 규정한다.
반면 한국 사회에서 정신 건강은 여전히 병원이라는 폐쇄적 공간에 의존하는 '수리'의 영역에 가깝다. 뉴질랜드가 삶의 균형을 되찾아주는 조력자로서 공동체의 역할을 강조한다면, 한국은 증상 완화와 사회적 격리에 무게를 두는 경향이 강하다.
‘네비게이터’: 삶의 맥락을 짚는 동반자
'네비게이터(Navigator)'라는 역할은 한국 시스템이 놓치고 있는 핵심을 짚어준다. 이들은 환자가 복잡한 복지 체계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곁을 지키고, 그들의 문화적 배경과 가족 상황을 고려해 함께 걷는다. '한 사람을 치유하기 위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명제를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이 모델은 뉴질랜드 내 한인 동포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언어 장벽과 문화적 차이로 고립되기 쉬운 이민 1세대나 유학생들에게, 현지 시스템과 심리적 안전망을 잇는 '한인 전담 네비게이터'의 존재는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동포 사회 내부적으로 이러한 '민간 네비게이터' 역량을 강화하는 것은 현지 적응을 넘어 건강한 공동체를 유지하는 핵심 동력이 된다.
한국 사회를 향한 정책적 제언: ‘K-테 아마’를 위하여
뉴질랜드의 접근법은 건강을 영성, 정신, 가족, 신체라는 네 기둥이 조화를 이루는 '집'으로 보는 마오리의 '테 화레 타파 화(Te Whare Tapa Whā)' 정신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를 한국적 맥락에서 실현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정책적 전환을 제언한다.
첫째, '지역사회 통합돌봄(Community Care)' 내 네비게이터 제도 도입이다. 현재 한국의 행정 중심 구조를 환자 중심의 맞춤형 가이드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단순히 약 처방을 확인하는 수준을 넘어, 환자의 주거, 고용, 가족 관계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한국형 네비게이터 양성이 시급하다.
둘째, 정신 건강 서비스의 '탈중심화'와 '일상화'다. 거대 병원 중심의 인프라를 동네 단위의 소규모 커뮤니티 센터로 분산시켜야 한다. 오마루의 사례처럼 지역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여 설계한 서비스는 낙인 효과를 줄이고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오마루의 작은 서비스 출범은 우리에게 명확한 메시지를 던진다. 정신 건강 서비스는 단순히 병상 수를 늘리는 작업이 아니라, 시민들이 고통 속에서도 고립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공동체의 인프라가 되어야 한다.
한국 사회도 환자를 '치료 대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인생이라는 거친 바다에서 잠시 중심을 잃은 '항해사'로 대우해야 한다. 700여 만 재외동포들이 각국에서 목격한 이러한 선진적 모델들이 모국 사회의 정책에 반영될 때, 비로소 우리 사회에는 거친 파도를 견디게 할 든든한 '테 아마'가 마련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