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C 글로벌 기자단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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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많아졌는데, 왜 살고 싶은 집은 많지 않을까. 함께 고민해야 할 고령층 주거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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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지회 박춘태 기자

세계 곳곳에 흩어져 살아가는 한민족은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 환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의외로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부모 세대의 노후와 주거 문제다. 한국이든 뉴질랜드든, 이제 “집 부족”만의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도시 곳곳에는 새 아파트와 신축 주택이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사람들은 “살고 싶은 집이 많지 않다”고 말한다. 특히 고령층에게 이 문제는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뉴질랜드에서는 최근 타운하우스와 고밀도 주택 개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흐름이다. 그러나 은퇴 세대 가운데는 이런 변화에 불편함을 느끼는 이들이 적지 않다. “창문을 열면 바로 옆집 벽이 보인다”, “정원이 거의 없다”, “차고와 콘크리트뿐이라 삭막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오랫동안 자연과 여유로운 삶을 누려왔던 사람들에게 밀집형 주거는 심리적 답답함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뉴질랜드 한인사회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들린다. “요즘 집들은 너무 붙어 있다”, “은퇴 후에는 조금 더 여유로운 공간에서 살고 싶다”는 이야기다. 특히 부모 세대와 함께 거주하거나, 앞으로 한국의 부모를 초청하려는 가정에서는 공간과 프라이버시 문제가 현실적인 고민이 되고 있다. 이는 뉴질랜드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 재외동포 사회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한국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오랜 기간 대규모 아파트 공급이 이어졌지만, 많은 고령층은 획일적인 구조와 빠른 도시 생활 속에서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마당 있는 집이 그립다”, “이웃과 정을 나누며 살고 싶다”, “은퇴 후에는 사람 냄새 나는 곳에서 지내고 싶다”는 말도 자주 들린다. 귀농과 귀촌을 꿈꾸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어나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결국 두 나라 고령층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사람이 실제 어떻게 살아가는지는 충분히 고려되지 않는 것 같다”는 점이다. 공급 숫자는 늘어났지만 삶의 여유와 공동체의 온기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계단 중심 구조, 부족한 녹지 공간, 좁은 생활 동선은 노년층에게 신체적·정서적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물론 접근 방식에는 차이도 있다. 뉴질랜드는 최근 ‘그래니 플랫(granny flat)’ 규제 완화를 통해 가족과 가까이 살 수 있는 소형 독립주택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가 서로 돌보면서도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려는 현실적인 시도다. 반면 한국은 실버타운, 노인복지주택, 공공임대주택 등 제도 중심의 접근이 강하다. 그러나 비용과 접근성 문제로 인해 일반 은퇴자들에게는 여전히 부담이 되는 경우도 많다.

이 문제를 세계 한민족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고령화는 어느 한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 각지의 재외동포 사회 역시 부모 세대의 노후와 돌봄 문제를 함께 안고 있다. 이제는 각국의 경험과 사례를 서로 공유하고 연결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재외동포 사회는 단순히 해외에 흩어져 있는 공동체가 아니다. 서로 다른 나라에서 살아가며 얻은 경험과 삶의 방식을 공유할 수 있는 소중한 네트워크다. 어떤 나라는 공동체 중심의 노년 문화를 발전시켰고, 어떤 나라는 자연 친화적 주거 환경을 유지하고 있으며, 또 어떤 곳은 가족 중심 돌봄 문화를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경험들은 한국 사회에도 의미 있는 참고가 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집의 숫자가 아니다. 그 안에서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는가이다. 햇빛이 드는 작은 창가, 잠시 걸을 수 있는 정원, 이웃과 인사를 나눌 수 있는 공동체의 온기. 그것은 사치가 아니라 인간다운 노후를 위한 기본 조건이다.

세계 곳곳에 살아가는 한민족은 서로 다른 환경 속에서도 비슷한 고민을 안고 살아간다. 그리고 그 고민을 함께 나누고 더 나은 방향을 모색할 때, 우리는 단순한 해외 동포를 넘어 하나의 공동체로 연결된다. 미래를 준비하는 힘은 결국 사람과 사람을 잇는 공감과 연대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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