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C 글로벌 기자단 소식
팽이치기와 제기차기, 세계를 돌며 피어나는 웃음꽃. 뉴질랜드에서 번지는 K-전통놀이 열풍과 그 감동
- 박춘태
- 25
- 07-24
한때 한국의 골목마다 울려 퍼지던 아이들의 웃음소리. 돌고 도는 팽이와 하늘로 솟구치는 제기 하나에 마음껏 웃고 땀을 흘리던 그 시절의 놀이가 이제는 지구 반대편 뉴질랜드에서 아이들의 눈을 다시 반짝이게 하고 있다. 최근 뉴질랜드 곳곳에서 열리고 있는 K-Culture 행사장에서는 한국 전통놀이가 세대를 잇고 문화를 넘나드는 놀라운 장면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팽이를 감고 돌리는 순간, 그 작은 원형의 나무 조각은 단순한 장난감을 넘어, 세대를 잇고 문화를 전하는 '회전하는 기억'이 되었다. 낯선 듯 서성이던 현지 아이들이 팽이를 손에 쥐는 순간, 처음엔 어색한 듯 망설이다 가도 금세 몰입하기 시작했다. 실을 돌돌 감고 팽이를 돌리는 손길이 점점 익숙해질수록, 아이들의 표정도 변해갔다. 눈이 커지고 입가엔 웃음이 번졌다. “이게 뭐야! 진짜 돌아!”라며 깔깔대는 소리, 팽이와 함께 회전하듯 그들의 마음도 서서히 한국 전통놀이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그 옆에선 제기차기가 또 다른 인기를 끌었다. 깃털처럼 가벼운 제기 하나에 아이들의 몸이 꿈틀댔다. 한 번에 차 올리기란 쉽지 않았지만, 실패에도 웃고, 성공하면 팔짝 뛰며 기뻐했다.
어떤 청소년은 “이거 진짜 어렵지만 재밌어요!”라며 연신 도전했고, 어떤 어른은 “내 어린 시절에도 비슷한 놀이가 있었던 것 같은데…”라며 추억에 잠기기도 했다.
놀라웠던 건, 이 작은 전통놀이들이 단순히 ‘외국 문화를 체험해보는 부스’ 수준을 넘어서 진심 어린 몰입과 즐거움으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한국인도, 뉴질랜드인도, 아시아계도, 유럽계도 구분 없이 모두가 함께 웃고 놀았다. 서로 말이 통하지 않아도, 제기를 주고받으며 눈빛으로 웃으며 친구가 되었다. 놀이는 언어를 초월했다. 그리고 그 안엔 사람과 사람을 잇는 놀라운 힘이 있었다.
한 아이는 “엄마, 나 이거 잘해!”라며 자신 있게 외쳤고, 그 말을 들은 엄마는 놀라움과 반가움이 뒤섞인 표정으로 아이를 안아주었다. 어릴 적 한국에서 해본 기억을 떠올린 엄마와, 처음 접한 제기를 능숙하게 차는 아이. 두 세대의 놀이가 그렇게 하나가 되었다. 아버지는 딱지 접는 법을 현지 아이에게 가르쳐주었고, 할머니는 실타래 돌리기에 빠진 손자들과 함께 웃음을 터뜨렸다. 놀이의 공간은 어느새 세대와 문화를 통합하는 커다란 운동장이 되어 있었다.
이날의 부스에는 "Play the K-Way! Jump into Traditional Fun!"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단순한 슬로건처럼 보일 수도 있었지만, 행사장 곳곳에서는 그것이 실현되는 순간들이 펼쳐졌다. 팽이를 돌리며 자연스레 어깨춤을 추는 아이, 제기를 차며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청소년, 딱지치기에서 승부욕에 불타는 아빠, 그리고 그 모든 장면을 흐뭇하게 지켜보는 관객들. 이 전통놀이의 공간은 하나의 놀이공간이자, 세계에서 가장 평화로운 운동회였다.
놀이는 누구나의 것이며, 동시에 모두를 하나로 만드는 가장 강력한 문화 콘텐츠다. 한국에서 수천 년 전부터 이어져온 놀이문화가 뉴질랜드 땅에서 새로운 생명을 얻고, 그 생명이 다시 웃음과 연결로 확장되는 이 놀라운 풍경은 단순한 문화 교류를 넘어선 감동이었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몸이 먼저 반응하고, 마음이 먼저 열린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문화의 힘 아닐까.
지금 K-팝과 K-드라마가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면, K-놀이야말로 우리의 일상과 정서를 가장 진솔하게 담아낸 ‘생활 속 한류’다. 기술도, 장비도 필요 없다. 나무 팽이 하나, 종이 딱지 한 장, 깃털 하나 달린 제기만 있으면 된다. 하지만 그 안에는 수백 년의 역사와, 세대를 뛰어넘는 공감, 그리고 서로를 이해하는 따뜻한 마음이 들어 있다.
이제 팽이와 제기는 단순한 과거의 유물이 아니다. 그것은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 반대편의 아이들에게 ‘가장 재미있는 놀이’로 부상하고 있다. 놀이를 통해 한국을 처음 만나고, 놀이를 통해 친구를 사귀며, 놀이를 통해 추억을 만들고 있다. 팽이를 돌리며 깔깔 웃는 뉴질랜드 아이들 속에서, 우리는 한국의 정서가 세계 속으로 퍼져 나가는 또 하나의 길을 본다.
다음 K-Culture Festival에서는 또 어떤 놀라운 모습이 펼쳐질까. 그 곳에서도 다시 팽이가 돌고, 제기가 하늘로 날며, 새로운 웃음꽃이 피어날 것이다. 그리고 그 웃음꽃은 한국과 뉴질랜드, 그리고 세계 모든 아이들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팽이치기와 제기차기, 이제는 세계를 도는 놀이가 되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과 사람을 잇는 따뜻한 마음이 있었다.
출처 : 세계한인신문(https://www.oktimes.co.kr)
뉴질랜드 박춘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