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C 글로벌 기자단 소식
사람을 잇는 노래, 마음을 잇는 다리...뉴질랜드와 한국, 두 공동체의 따뜻한 숨결 속에서
- 박춘태
- 23
- 07-27
“음악은 마음과 마음 사이에 놓인 다리입니다.”
며칠 전, 필자는 뉴질랜드 남섬의 한 조용한 마을에서 열린 커뮤니티 모임에 참석했다. 무대의 주인공은 지역에서 나고 자란 에린 칼라난(Erin Callanan). 그녀는 본업으로는 부동산 일을 하지만, 진짜 삶의 무대는 사람들의 마음이었다. 그날 모임의 안내문을 읽는 순간부터 필자는 이미 감동을 받았다. 단순한 공연 정보가 아니라, 이웃을 향한 따뜻한 배려와 공동체의 숨결이 오롯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행사는 화려하지 않았다. 특별한 조명도, 대규모 무대도 없었다. 몇몇 이웃이 모여 음악을 듣고 이야기를 나누는 평범한 자리. 그러나 바로 그런 자리야말로 사람들 사이에 가장 깊은 울림을 남긴다. 누군가를 위해 시간을 내고, 함께 웃으며 손뼉을 치는 것. 그것이 이곳 공동체의 방식이며, 뉴질랜드가 품고 있는 삶의 철학이다.
이 작은 마을의 주민들은 자연을 벗 삼아 소박하게 살아간다. 일터와 가정의 경계는 분명하고, 저녁이면 가족과의 시간이 자연스레 일상으로 스며든다. 모르는 이에게도 먼저 인사를 건네는 따뜻한 문화는, 사람을 대하는 이들의 진심을 느끼게 한다. 이들이 추구하는 삶은 속도가 아닌 방향이며, 완벽함이 아니라 진심이다.
그날의 모임은 시니어들을 위한 자리였다. 매달 열리는 이 정기 모임은 대부분 65세 이상 어르신들이 주인공이 된다. 에린은 노래와 율동으로 어르신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박수 소리가 공간을 가득 메웠고, 웃음꽃은 무대를 넘어 모두의 얼굴에 피어났다.
음악은 사람들의 마음을 가볍게 하고, 몸을 자연스럽게 움직이게 했다. 그 순간만큼은 모두가 나이와 삶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고 하나가 되었다.
뉴질랜드에서는 시니어 커뮤니티가 삶의 중심축 중 하나다. 정기적인 모임과 활동은 단순한 여가가 아니라, 정신적·신체적 건강을 지켜주는 생명의 버팀목이다. 새로운 친구를 만나고, 삶을 공유하며, 외로움을 이겨내는 이 소중한 시간은 ‘삶의 두 번째 전성기’를 열어가는 문이 된다. 그 속에는 경쟁도, 평가도 없다. 다만 함께하는 기쁨, 나눔의 온기만이 흐른다.
한국은 역동적인 사회다. 도시와 시골을 막론하고 다양한 지역 축제가 끊임없이 펼쳐진다. 부산의 해변에서는 모래 예술이, 전주의 거리에서는 한지가 빛을 발한다. 각 지역의 문화는 살아 숨 쉬며, 그 안에서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협력하며 하나의 공동체를 만들어간다. 한국인의 열정과 참여정신은 무대보다 무대 뒤에서 더 뜨겁게 타오른다.
이러한 축제들은 단지 즐기는 자리가 아니다. 지역 경제를 살리고, 주민들의 자긍심을 높이며, 공동체의 결속을 다지는 소중한 과정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도, 사람들은 전통을 지키고, 그 속에서 의미를 찾으려 애쓴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다시 만나고, 함께 웃고, 또다시 손을 맞잡는다.
한국에서도 시니어를 위한 문화 프로그램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복지관과 마을 커뮤니티센터, 민간 기관 등에서 음악, 미술, 운동 프로그램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으며, 어르신들의 삶의 질 향상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늙어감’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여정’으로 바라보려는 시도는 분명히 진행 중이다.
결국, 뉴질랜드의 조용한 모임이나 한국의 활기찬 축제 모두 같은 방향을 바라본다. ‘사람’을 향한 마음, ‘함께함’의 가치, 그리고 ‘공동체의 온기’. 다른 문화, 다른 리듬 속에서도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 바로, 서로 연결되고 싶다는 꿈. 그 연결은 때론 노래가 되고, 때론 축제가 되며, 어떤 날엔 그저 따뜻한 미소 하나로도 충분하다.
에린 칼라난의 무대는 작고 소박했지만, 그 무대 위에서 흐른 마음은 어떤 큰 공연보다도 깊고 따뜻했다. 음악은 분명 다리였다. 세대를 잇는 다리, 문화와 문화를 잇는 다리,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과 사람을 잇는 다리였다. 그 다리 위를 함께 걷는 동안, 우리는 나이도, 국적도, 언어도 잊고 진심만으로 소통했다.
두 나라는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지만, 추구하는 삶의 본질은 놀랍도록 닮아 있다. 자연과 여유, 혹은 열정과 속도. 그것이 무엇이든, 그것이 ‘사람’을 향하고 있다면, 우리는 이미 같은 곳을 향해 걷고 있는 것이다.
오늘도 우리는 그 다리 위에서 웃고, 노래하고, 응원하며, 더 나은 내일을 향해 함께 걸어간다.
출처 : 글로벌 비즈 뉴스(http://www.gbnews.kr)
뉴질랜드지회 박춘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