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C 글로벌 기자단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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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은 대한민국의 경제 파트너...뉴질랜드의 과감한 선택

지난 7월 초, 뉴질랜드 정부는 한 가지 놀라운 계획을 발표했다. 지금까지 연 36억 달러 규모였던 자국의 국제 교육시장을 2034년까지 두 배인 72억 달러 규모로 성장시키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숫자 놀음이 아니다. 이 발표의 핵심에는 유학생을 바라보는 관점의 근본적인 전환이 담겨 있다.​

에리카 스탠포드(Erica Stanford) 교육부 장관은 이 계획을 발표하며 이렇게 말했다. “국제 교육은 단순한 수출 산업을 넘어, 연구와 무역, 혁신을 이끄는 핵심 동력이다.” 그리고 그 말은 단지 외교적 수사가 아니라, 실제 정책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올해 11월부터 유학생의 주당 근무시간은 20시간에서 25시간으로 확대되고, 기존에는 근로가 불가능했던 교환학생이나 단기 유학생들도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게 된다. 졸업 요건을 완수하지 못한 학생들까지 고려한 단기 취업비자 제도도 도입을 앞두고 있다.​

뉴질랜드는 유학생을 ‘경제 파트너’로 대우하며, 노동시장 접근성까지 확대하는 ‘공격적 개방 전략’으로 돌아섰다. 이는 유학생을 잠재적 이민자 혹은 미래의 글로벌 협력자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는 철학의 변화이기도 하다.​

한류의 열풍은 전 세계로 퍼졌고, 방탄소년단과 기생충, 오징어 게임은 이미 세계적 코드가 되었다. K-팝, K-푸드, K-드라마에 이어, 이제는 K-에듀케이션(K-Education)이 주목받는 시대다. 따라서 한국의 국제 교육정책도 세계적 흐름에 발맞춰 적극적이다.

한국은 세계적 교육 경쟁력을 갖춘 나라다. 서울대, 카이스트, 포스텍은 물론 지방의 중소 대학들도 전 세계 많은 유학생들이 입학을 꿈꾸는 수준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경쟁 중심의 교육환경, 비자 및 취업의 어려움, 외국인 유학생을 바라보는 미묘한 거리감은 아직도 풀어야 할 과제들이다.​

특히 유학생에 대한 정책은 ‘지원’보다 ‘관리’에 방점이 찍혀 있다. 그들은 체류기간 내 학점을 채워야 하며, 근로는 제한된 것이 많으며, 졸업 이후 정착의 기회는 쉽지 않다. 많은 유학생들이 언어적, 정서적 고립 속에서 생활하며, 결국은 “한국은 공부만 하고 떠나는 나라”라는 인식을 갖게 된다.

뉴질랜드 정부는 유학생 유치 전략을 동남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 성장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인구 구조와 경제 규모를 떠나, 미래의 글로벌 파트너를 발굴하겠다는 의지를 의미한다. 반면 한국은 아직도 유학생 유치를 단기적 수익 창출의 수단으로 보고 있는 경우가 많다. 등록금 수입, 하숙비, 생활비 등 경제적 효과는 분명 존재하지만, 그것은 결과이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교육은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일이다. 문화와 언어, 사상이 교차하는 공간이다.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교육 한류’이며, 한국이 세계에 줄 수 있는 가장 깊고 지속 가능한 선물이다.

뉴질랜드의 전략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단지 숫자가 아니다.

첫째, 유학생을 '소비자'가 아닌 '동반자'로 보는 철학이다. 이민과 유학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시대에, 유학생은 장차 한국의 기업에서 일하고, 한국 문화를 자국에 전파할 글로벌 인재다. 그들이 한국에 머무는 시간은 단지 학문을 익히는 기간이 아니라, 한국과의 인연을 맺는 시간이다.

둘째, 제도적 유연성이다. 학업에만 집중해야 하는 경직된 유학생 관리 체계에서 벗어나, 일정 시간의 합법적 근로, 졸업 후의 체류 허용, 정착을 위한 교육과 훈련의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셋째, 지역과의 연결이다. 수도권 중심의 유학생 유치가 아닌, 지방 대학과 지역사회의 연계를 통해 인구소멸 문제 해결과 국제화의 균형을 이룰 수 있다. 이는 지방에도 국제적인 숨결을 불어 넣는 계기가 될 것이다.

넷째, 한국인 학생과 유학생 간의 진정한 교류다. 같은 강의실에 있지만 마음의 거리만큼은 가장 멀리 있는 학생들. 이들을 자연스럽게 엮어주는 교내 문화 프로그램, 튜터링 제도, 언어 교환 등의 시스템이 더욱 활성화되어야 한다.

뉴질랜드의 발표를 보며 한 유학생의 얼굴이 떠올랐다. 수년 전, 한국에서 유학 생활을 했던 베트남 출신의 친구였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한국은 정말 좋은 나라지만, 나에게 머무를 수 있는 이유를 주지 않았어요.”

이제는 한국이 그 이유를 만들어줘야 할 때다. 단지 등록금을 낼 사람이 아닌, 한국을 사랑하고, 한국과 함께 성장할 사람들. 그들이 모여 한국의 다음 100년을 만들어갈 것이다.

교육은 산업이 아니다. 교육은 사람이다. 그리고 그 사람은, 우리의 미래다.

뉴질랜드 박춘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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