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C 글로벌 기자단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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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키스탄 한인신문 13년째 배달 고려인 장 제냐(Женя), 한-우즈벡을 잇는 조용한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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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부터 13년째,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의 이른 아침과 늦은 저녁을 묵묵히 누비고 있는 장 제냐.

그는 우즈베키스탄 한인회(강창석 회장)에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발행하는 ‘한인일보’를 단 하루도 빠짐없이 배달해 왔다. 코로나19로 배달이 잠시 중단되었던 몇 달을 제외하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무더위든 혹한이든 그의 발걸음은 늘 변함없이 한인사회를 향했다.

제냐의 하루는 이른 아침, 두툼한 신문을 들고 도심과 외곽, 큰길과 좁은 골목을 빠짐없이 누비는 것으로 시작된다. 배달을 최우선으로 삼아 단 하루도 거르지 않은 그의 성실함은 단순한 업무를 넘어, 한인사회가 매일 소식을 받아볼 수 있는 든든한 기반이 되었다. 저녁이 되면 한인회 사무실로 돌아와 다음 날 배달할 신문을 직접 인쇄하고, A4 크기 40페이지 분량으로 제본한다. 구독자들의 손에 닿는 한 권의 신문이 완성되기까지, 그의 손길은 하루 두 번으로는 부족할 만큼 바쁘게 움직인다. 한국어가 유창하지는 않지만, 제냐는 미소로 인사를 건네며 모든 한인업체와 구독처의 위치를 정확히 기억한다. 새로운 구독처가 생기면 사전답사를 하고, 배달 동선을 최적화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무엇이 그렇게 오래 일하는 힘이 되었느냐”는 질문에 그는

“특별한 건 없고, 새벽에 눈을 뜨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서 했다”고 대답한다.

힘든 점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그런 것 없다. 모든 게 좋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 짧은 대답 속에는 매일 아침 신문을 기다리는 한인들을 향한 조용하지만 깊은 책임감이 담겨 있다. 한국에 나가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음에도 그는 우즈베키스탄에서 한인들에게 신문을 전하는 길을 선택했다. 한인사회의 소식을 이어주는 역할의 익숙함을 선호했고, 이제는 제냐와 한인 모두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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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종이신문이 점점 사라져가는 시대에, 우즈베키스탄 한인회가 발행하는 ‘한인일보’는 현재 제6300호를 향해 쉼 없이 나아가고 있다. 이 작은 지역신문이 계속 발행될 수 있었던 것은 제냐와 같은 배달원의 성실함 덕분이다.

한인 식당이나 여행사에서 우연히 신문을 접한 한국 관광객들이 한글 신문을 반가워하며 현지 소식을 접하는 모습은, 이 신문이 가진 또 다른 의미를 보여준다.

수많은 골목과 거리, 비와 눈, 더위와 추위를 헤치며 걸어온 13년의 세월.

장 제냐는 단순히 신문을 전달하는 사람을 넘어, 우즈베키스탄 한인사회와 한국을 연결하는 조용한 다리이자, 한인사회 속에서 오래 기억될 한 사람으로 남을 것이다.

KIC 조항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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