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이모저모
마침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울주군 언양소재 ‘반구천의 암각화’
- 배태건
- 18
- 08-26


-제47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반구천 암각화’ 등재
-제48차 (2026년7월19일~29일:일정은 논의중) 유네스코 세계유산 위원회 개최지에 ‘부산’ 선정
-심오한 역사성과 탁월한 예술성 인정
-지역 대표 서양화가 ‘오나경’, 대규모 암각화 전시로 축하
국보 제285호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47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반구천의 암각화’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 지난 2010년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된 이후 15년 만에 마침내 세계문화유산이 되었으며 이로써 우리나라는
문화유산 15건, 자연유산 2건 등 총 17건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보유국이 되었다. 또한 경주 불국사와 석굴암 등이 한국의 첫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지
30년 만에 다음 위원회(제48차) 개최지로 ‘부산’이 선정되는 쾌거까지 함께 거두었다.
이번에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반구천의 암각화(Petroglyphs along the Bangucheon Stream)는 국보로 지정된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와,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를 포함하는 단일 유산이다. 세계유산위원회는 반구천의 암각화에 대해, ‘탁월한 관찰력을 바탕으로 그려진 독특한 구도와
희귀하면서도 다양한 소재의 작품들은 한반도인의 예술성을 보여주는 걸작이며, 6천 여 년에 걸쳐 지속된 암각화의 전통을 증명하는 독보적인 증거’라고
평가하였다. 더 오래되고 규모도 큰 선사시대 암각화들이 전 세계에 무수하지만 반구천의 암각화처럼 다양한 이미지들이 한 곳에 새겨진 곳은
드물다고 알려져 있다.
한편 국가적 숙원이 해결된 암각화 보유지역 울산광역시 시민들은 15년간의 오랜 노력 끝에 등재가 확정된 것에 대해 기쁨과 자부심을 드러내며
전 세계에 울산의 자랑을 알릴 수 있게 된 것을 크게 환영했다. 지역 상인들도 세계유산 등재로 관광객이 증가해 지역 경제가 활성화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울산광역시는 등재를 계기로 2030년까지 175억 원을 투입해 11.6km에 달하는 역사문화 탐방로를 조성하고, 울산 시티투어 코스를
'세계유산 관광'으로 개편하는 등 관광 인프라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사연댐으로 인한 침수 문제다. 반구천 암각화는 사연댐 안에 위치해 있어 비가 많이 오면 늘 침수되어 훼손의
위험이 있어왔다. 암각화 훼손을 막기 위해 댐 수위를 낮춰야 하지만, 이로 인해 발생하는 시민 식수 부족 문제가 심각하게 존재한다.
그 동안 숱하게 겪은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현실적인 대안과 그것을 실행할 확실한 행정력이 요구되는 시급한 부분이다. 한편 전문가들은
유적 주변의 경관까지 보존하는 것이 세계유산 지정의 취지라고 강조하며, 향후 관광 개발로 유산 가치를 훼손될 가능성을 우려하며 보존과 활용 사이의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번 ‘반구천 암각화’의 세계유산 등재는 유네스코한국위원회, 국가유산청, 외교부, 주 유네스코 대한민국대표부, 해당 지자체인 울산광역시가
힘을 합쳐 이뤄낸 값진 결과이다. 반구천의 암각화는 역사성과 함께 예술성이 특히 강조되는 유산이다. 2023년의 자료집에 따르면 반구대 암각화로
불려왔던 작품들은 총 310여점이고, 근처 천전리 암각화는 신석기시대 동심원과 겹마름모 같은 기하학적 무늬부터 청동기를 거쳐 신라시대
글, 그림까지 625점이 새겨져 있다.오랜 시간의 흔적들은 매우 세련된 미학적 모티브로 평가받고 있어서 일찍부터 그림이나 글 작가들의 작품 모티브로
많이 활용되어 왔다.
때맞춰 울산을 대표하는 중견작가의 맞춤 전시가 대규모로 기획되어 ‘반구천의 암각화’ 세계유산 등재의 기쁨을 배가시켰으며 ‘반구천의 암각화’에 대한
새로운 관심과 열기로 전시에는 지역민들의 발길이 줄을 이었다. 세계유산 등재 직후 환희의 특별전을 펼치게 된 주인공은 울산을 기반으로 40년 째 활동 중인
‘오나경 작가’로 독창적인 재료, 기법을 구사하여 국내외에 잘 알려진 아티스트다. 전 세계에 세 군데 밖에 없는 ‘데이비드 호크니’의 라이트룸을 운영하는 등
울산의 예술문화를 새롭게 선도하는 태화복합문화공간 ‘만디’에서 ‘헤리티지(유산)’을 제목으로 초대된 오나경 작가의 이번 전시에서는 암각화 모티브의
작품이 대규모로 소개되었다. (2025.7.22.~8.24).
오나경 작가의 독보적인 작품세계의 시발점이 바로 암각화이며 사라지지 않아야 할 것, 보존해야 할 것들이 그의 작품 소재다.
‘암벽 느낌의 마티에르 조성이 가능한 두터운 요철 화지와 중첩을 통해 깊이 있는 색감을 내는 오일바, 오일파스텔을 재료로 하여 드로잉과 스크래치 기법을
독특하게 구사’한다. 수천 년의 세월을 견뎌내며 풍화된 듯, 암각화 느낌의 깊이 있는 색감과 마티에르(질감)가 특징인 오나경 작가의 작품기법은
현재 아류가 없이 동시대 회화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암각화를 "시간을 견디는 예술"로 정의하며, 자신의 작품 역시 언젠가 사라지지 않고 누군가의 기억에 남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시간의 흔적'과 '보존'에 대해
탐구하고 있다. 오나경 작가의 이번 초대전('Heritage: 잃고 싶지 않은 것, 보존해야 할 것들')은 반구천의 암각화가 가진 역사적, 예술적 가치와 보존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환기시키는 중요한 전시가 되었다. 그런 의미로 이번 전시는 여러 방면으로 지역성을 대표하는 작가가 세계유산 등재를 기념하기 위해
오래 준비해 터뜨린 거대한 축포와 같았다.
|
KIC 배태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