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C 글로벌 기자단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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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슈켄트에 ‘고려인(KORYOIN by Miso)’ 식당 개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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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C=타슈켄트 신현권 기자] 

지난 2월 17일, 타슈켄트 북부역 인근에 식당 ‘고려인(KORYOIN by Miso)’이 문을 열었다. 

이날 개업식은 단순한 식당 개점을 넘어, 현지 고려인 공동체 인사들이 함께 모여 새로운 출발을 축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이번에 문을 연 ‘고려인(KORYOIN by Miso)’은 그동안 운영돼 오던 ‘미소식당’을 인수한 뒤 상호를 ‘고려인’으로 변경해 재개장한 공간이다. 기존 영업 기반을 유지하면서도, 고려인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전면에 내세운 방향으로 새롭게 정비됐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설날을 맞아 진행된 개업식은 명절 분위기 속에서 공동체 구성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음식을 나누고 덕담을 건네는 시간으로 이어졌다.


이날 개업식에서 리 야니스 대표는 참석자들에게 고려인 전통 잔치상에 빠지지 않는 음식들을 준비해 대접하며 식당의 출발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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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떡과 배고자 등 고려인 잔칫상에서 상징적으로 오르는 음식들이 정갈하게 차려졌고, 잔칫날 분위기를 더하기 위해 막걸리도 함께 준비됐다. 

참석자들은 자연스럽게 자리를 옮겨가며 담소를 나눴고, 오랜 시간 이어져 온 고려인 특유의 나눔 문화가 현장 분위기를 채웠다. 


한 참석자는 “음식 하나하나에 고려인의 삶과 기억이 담겨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삼성 서비스센터를 운영해 온 기업인이자 올해 고려인 비즈니스 협회장으로 선출된 리 야니스 대표는 이번 식당 개업 배경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구상을 밝혔다. 

그는 “이곳은 우리 협회 회원들이 편안하게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준비했다”며 “단순히 식사를 하는 장소를 넘어 서로의 사업을 논의하고 정보를 공유하며 네트워크를 다질 수 있는 거점이 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이어 식당 운영 방향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계획을 전했다. 

그는 “먹고 마시는 기능에만 머무르지 않고, 고려인의 역사와 삶의 애환, 이주와 정착의 과정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스토리텔링 공간으로 발전시켜 나갈 생각”이라며 “방문객들이 자연스럽게 고려인의 뿌리와 정체성을 이해할 수 있도록 공간 곳곳에 역사적 상징과 자료를 담아내고자 한다”고 밝혔다.


특히 1938년 강제이주 이후 중앙아시아에서 삶의 터전을 일군 고려인 선조들의 노동과 공동체 정신을 다음 세대에 전하는 공간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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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취지는 식당 2층 공간 구성에도 반영됐다. 

2층에는 고려인 역사와 관련된 인물 사진 전시 공간이 마련돼 있으며, 중앙아시아 정착 과정에서 활약했던 고려인 인물들의 사진이 벽면을 채우고 있다. 

특히 소련 시절 국가 최고 영예 훈장인 ‘사회주의 노동영웅’을 수훈한 김병화와 황만금의 사진이 함께 전시돼 눈길을 끈다. 전시된 사진들은 농업 개척과 지역 발전에 기여했던 고려인 선조들의 삶을 보여주는 상징적 자료로, 식당을 찾는 이들이 자연스럽게 역사적 맥락을 접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리 야니스 대표는 앞으로도 고려인 관련 자료와 인물 기록을 지속적으로 확보해 전시 내용을 보완하고, 교육적 기능도 함께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간 연출에도 한국적 상징이 녹아 있다. 식당 입구와 내부에는 청사초롱이 설치됐고, 천장에는 태극을 연상시키는 붉은색과 푸른색 천 장식이 더해졌다. 


전통 조명과 색채 요소를 결합한 인테리어는 단순한 장식을 넘어 공간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장치로 활용됐다.


방문객들은 식사를 하며 고려인의 문화적 배경과 한국적 상징을 동시에 접할 수 있도록 동선이 구성됐다.


전통 음식 제공, 역사 사진 전시, 상징적 공간 연출이 어우러진 ‘고려인(KORYOIN by Miso)’ 식당은 앞으로 비즈니스 교류 모임과 문화 행사, 공동체 활동이 함께 이루어지는 복합 커뮤니티 공간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타슈켄트에는 그동안 고려식 식당과 고려인 음식점들이 운영돼 왔지만, 식당 상호 자체를 ‘고려인’이라는 명칭으로 사용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고려인’이라는 단어는 단순히 음식의 종류를 넘어 중앙아시아 한민족 디아스포라 공동체 전체를 상징하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고려사람’이라는 뜻을 지닌 이 상호는 식당을 찾는 이들에게 공간의 성격을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역할도 한다.


리 야니스 대표는 “고려인이라는 이름 자체에 우리의 역사와 정체성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곳이 고려인의 삶과 이야기를 풀어내는 또 하나의 스토리텔링 공간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설날을 계기로 문을 연 ‘고려인(KORYOIN by Miso)’ 식당은 음식과 전시, 커뮤니티 기능을 결합한 형태로 운영을 시작했다. 


타슈켄트 고려인 사회의 새로운 교류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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