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C 글로벌 기자단 소식
제기동 골목과 크라이스트처치의 마켓 도시재생과 사람 중심의 공간 재해석
- 박춘태
- 72
- 09-12
뉴질랜드지회 박춘태 기자
서울 제기동 전통시장 골목을 걷다 보면 도시의 시간이 고스란히 발걸음에 묻어난다. 도라지 골목의 쌉싸래한 약초 향, 마늘 골목의 알싸한 내음, 건어물 골목의 짭조름한 냄새와 인삼 골목의 묵직한 향이 어우러진 이곳에서는 시장을 걷는 것 자체가 하나의 살아 있는 경험이 된다.
제기동의 골목과 상점에는 오랜 세월 사람들의 삶이 켜켜이 쌓여 있다. 여기에 지하 식당가의 정겨운 먹거리와 새로운 문화·체험 공간 등이 더해지면서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도시문화의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과거의 흔적을 무조건 허물고 새로운 건물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기존 공간에 새로운 의미를 더해 현재와 미래가 함께 살아가는 공간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지구 반대편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의 주말 야외시장과 도심의 복합 마켓에서도 또 다른 모습의 사람 중심 공간을 만날 수 있다. 수공예품과 지역 농산물, 먹거리 등이 자연과 건축 속에 어우러진 공간에서 사람들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데 그치지 않는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며, 지역의 문화를 경험한다.
특히 크라이스트처치는 대지진 이후 도시를 재건하는 과정에서 물리적인 건축물의 복구만큼이나 지역 공동체와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다시 연결할 것인가라는 과제와 마주했다.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다양한 마켓과 복합공간은 상업시설을 넘어 사람들이 만나고 쉬며 지역의 문화를 공유하는 생활공간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서울의 전통시장이 오랜 세월의 흔적과 높은 공간 밀도 속에서 역동적인 생명력을 만들어낸다면, 크라이스트처치의 마켓은 자연과 건축, 사람 사이에 여백을 두며 편안한 교감을 이끌어낸다. 공간을 채우는 방식은 서로 다르지만 그 안에 담긴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다.
좋은 시장은 물건만 거래하는 곳이 아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지역의 기억이 이어지며, 새로운 관계가 만들어지는 생활의 무대다. 결국 도시의 가치는 건물의 크기나 시설의 화려함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그 공간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며, 공동체의 기억을 만들어가는가에 달려 있다.
이러한 관점은 세계 각지에서 살아가는 한민족 디아스포라의 삶에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해외 한인사회에는 한인회관, 한글학교, 한국 식당과 상점, 문화행사장 등 다양한 공간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들 공간의 의미는 단순히 건물이나 시설에 머물지 않는다. 그 안에는 이주와 정착의 역사, 고향에 대한 기억, 서로 돕고 살아온 공동체의 경험, 그리고 다음 세대에게 한국의 언어와 문화를 전하려는 노력이 담겨 있다.
특히 이민 1세대에게 익숙한 공간이 다음 세대에게도 의미 있는 공간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 과거의 기억을 보존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새로운 세대가 참여하고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과 교류하며, 자신들의 경험을 새롭게 만들어갈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발전해야 한다.
이 점에서 도시재생과 한인 공동체의 미래는 서로 닮아 있다. 도시재생이 오래된 건물과 골목을 단순히 보존하거나 철거하는 문제가 아니라 그 공간에 새로운 삶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의 문제라면, 한인 공동체 역시 과거의 문화를 그대로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음 세대가 새로운 방식으로 계승하고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나의 도시는 ‘밀도’에서 삶의 활력을 발견하고, 다른 도시는 ‘여백’에서 사람 사이의 관계를 발견한다. 마찬가지로 세계 각지의 한인사회도 저마다 다른 환경과 문화 속에서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러나 그 안에서 공통적으로 중요한 것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며, 서로 다른 문화가 만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가는 일이다.
세계 곳곳에 흩어져 살아가는 한민족 디아스포라는 이제 단순히 고국의 문화를 보존하는 역할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거주국의 지역사회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한국의 문화와 경험을 현지사회와 나누면서 새로운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가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한국과 뉴질랜드를 비롯한 세계 각지의 한인사회가 서로의 경험을 공유한다면 이러한 변화는 더욱 풍성해질 수 있다.
결국 도시재생의 출발점도, 한인 공동체의 지속가능성도 사람에게서 시작된다. 오래된 공간을 존중하되 새로운 세대가 그 안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 과거의 기억을 간직하면서도 현재의 삶과 연결하고,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만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기동의 골목과 크라이스트처치의 마켓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우리에게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을 어떻게 다시 사람의 공간으로 만들 것인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지역과 문화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을 중심에 두고 공동체의 기억을 존중하며 다음 세대와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간다는 방향은 세계 어디에서나 중요한 가치가 될 수 있다.
도시는 건물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기억, 그리고 사람을 연결하는 공간이 모여 비로소 도시의 표정을 완성한다. 그리고 한민족 공동체 역시 단순히 같은 혈통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집단이 아니라, 서로의 기억과 문화를 나누고 다음 세대에 새로운 이야기를 이어가는 살아 있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제기동의 골목에서 크라이스트처치의 마켓까지, 공간은 결국 사람을 위해 존재한다. 그리고 세계 각지의 한민족 디아스포라가 만들어가는 공간 역시 사람과 문화, 기억과 미래를 연결하는 새로운 공동체의 장이 되어야 한다.
서울 제기동 전통시장 골목을 걷다 보면 도시의 시간이 고스란히 발걸음에 묻어난다. 도라지 골목의 쌉싸래한 약초 향, 마늘 골목의 알싸한 내음, 건어물 골목의 짭조름한 냄새와 인삼 골목의 묵직한 향이 어우러진 이곳에서는 시장을 걷는 것 자체가 하나의 살아 있는 경험이 된다.
제기동의 골목과 상점에는 오랜 세월 사람들의 삶이 켜켜이 쌓여 있다. 여기에 지하 식당가의 정겨운 먹거리와 새로운 문화·체험 공간 등이 더해지면서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도시문화의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과거의 흔적을 무조건 허물고 새로운 건물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기존 공간에 새로운 의미를 더해 현재와 미래가 함께 살아가는 공간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지구 반대편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의 주말 야외시장과 도심의 복합 마켓에서도 또 다른 모습의 사람 중심 공간을 만날 수 있다. 수공예품과 지역 농산물, 먹거리 등이 자연과 건축 속에 어우러진 공간에서 사람들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데 그치지 않는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며, 지역의 문화를 경험한다.
특히 크라이스트처치는 대지진 이후 도시를 재건하는 과정에서 물리적인 건축물의 복구만큼이나 지역 공동체와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다시 연결할 것인가라는 과제와 마주했다.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다양한 마켓과 복합공간은 상업시설을 넘어 사람들이 만나고 쉬며 지역의 문화를 공유하는 생활공간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서울의 전통시장이 오랜 세월의 흔적과 높은 공간 밀도 속에서 역동적인 생명력을 만들어낸다면, 크라이스트처치의 마켓은 자연과 건축, 사람 사이에 여백을 두며 편안한 교감을 이끌어낸다. 공간을 채우는 방식은 서로 다르지만 그 안에 담긴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다.
좋은 시장은 물건만 거래하는 곳이 아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지역의 기억이 이어지며, 새로운 관계가 만들어지는 생활의 무대다. 결국 도시의 가치는 건물의 크기나 시설의 화려함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그 공간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며, 공동체의 기억을 만들어가는가에 달려 있다.
이러한 관점은 세계 각지에서 살아가는 한민족 디아스포라의 삶에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해외 한인사회에는 한인회관, 한글학교, 한국 식당과 상점, 문화행사장 등 다양한 공간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들 공간의 의미는 단순히 건물이나 시설에 머물지 않는다. 그 안에는 이주와 정착의 역사, 고향에 대한 기억, 서로 돕고 살아온 공동체의 경험, 그리고 다음 세대에게 한국의 언어와 문화를 전하려는 노력이 담겨 있다.
특히 이민 1세대에게 익숙한 공간이 다음 세대에게도 의미 있는 공간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 과거의 기억을 보존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새로운 세대가 참여하고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과 교류하며, 자신들의 경험을 새롭게 만들어갈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발전해야 한다.
이 점에서 도시재생과 한인 공동체의 미래는 서로 닮아 있다. 도시재생이 오래된 건물과 골목을 단순히 보존하거나 철거하는 문제가 아니라 그 공간에 새로운 삶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의 문제라면, 한인 공동체 역시 과거의 문화를 그대로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음 세대가 새로운 방식으로 계승하고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나의 도시는 ‘밀도’에서 삶의 활력을 발견하고, 다른 도시는 ‘여백’에서 사람 사이의 관계를 발견한다. 마찬가지로 세계 각지의 한인사회도 저마다 다른 환경과 문화 속에서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러나 그 안에서 공통적으로 중요한 것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며, 서로 다른 문화가 만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가는 일이다.
세계 곳곳에 흩어져 살아가는 한민족 디아스포라는 이제 단순히 고국의 문화를 보존하는 역할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거주국의 지역사회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한국의 문화와 경험을 현지사회와 나누면서 새로운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가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한국과 뉴질랜드를 비롯한 세계 각지의 한인사회가 서로의 경험을 공유한다면 이러한 변화는 더욱 풍성해질 수 있다.
결국 도시재생의 출발점도, 한인 공동체의 지속가능성도 사람에게서 시작된다. 오래된 공간을 존중하되 새로운 세대가 그 안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 과거의 기억을 간직하면서도 현재의 삶과 연결하고,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만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기동의 골목과 크라이스트처치의 마켓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우리에게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을 어떻게 다시 사람의 공간으로 만들 것인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지역과 문화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을 중심에 두고 공동체의 기억을 존중하며 다음 세대와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간다는 방향은 세계 어디에서나 중요한 가치가 될 수 있다.
도시는 건물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기억, 그리고 사람을 연결하는 공간이 모여 비로소 도시의 표정을 완성한다. 그리고 한민족 공동체 역시 단순히 같은 혈통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집단이 아니라, 서로의 기억과 문화를 나누고 다음 세대에 새로운 이야기를 이어가는 살아 있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제기동의 골목에서 크라이스트처치의 마켓까지, 공간은 결국 사람을 위해 존재한다. 그리고 세계 각지의 한민족 디아스포라가 만들어가는 공간 역시 사람과 문화, 기억과 미래를 연결하는 새로운 공동체의 장이 되어야 한다.








